오랫동안 일하고 정년이 되어 회사를 떠난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보람을 찾으려 하거나, ‘제2의 인생’으로 등산, 취미생활, 문화 센터 등에 자신을 매몰시키려 한다. 무언가로 자신을 가득 채워야 할 만큼 자기 안에 공허가 퍼져 있다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간의 기준에 따라 실패없이 살아 왔는데 그 대가는 어째서 한없는 허무일까?
그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으로 살기보다는 세상에 맞춰 살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상식을 자신의 상식으로 삼고, 세상의 윤리 도덕을 자신의 윤리 도덕으로 삼아 살아 왔다는 뜻. 남들에게는 훌륭한 분별력을 가진 사회인으로 여겨지나, 정작 당사자는 마음 한편에 공허를 안게 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세상의 분주함으로 덮으며 스스로 눈속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100퍼센트 자기 자신으로 살아왔다면 허무가 비집고 들어갈 틈 따위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입증할 훈장, 남들이 보내는 존경의 시선, 멋들어진 직함을 원하지 않는다. 자기답게 살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테니까.
그렇다면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은 지금 여기에 있는 자기가 아니다. 본능과 의지 그리고 능력의 가능성이 응축된 자기 자신을 모두 해방해 충분히 활동하게 하는 것. 개나 아기는 항상 누구의 제한도 받지 않고 생명의 근원적인 기쁨의 세가지인 본능과 의지, 능력을 사용하여 자기 자신으로 산다. 계획, 의도 없이 기쁨과 웃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기도 하면서. 후회도 없고 내일, 지금의 손익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수많은 사회의 규범에 본능대로 살지 못하고, 사방에서 짓누르는 제약으로 우리의 의지대로 살지 못한다.
그런 우리의 눈엔 예술가들은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면서도 창조적인 일을 한다. 이는 그들이 남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나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믿는 것을 절대로 믿지 않아서이다. 규율 권력에서 탄생한 윤리 도덕과 사고방식, 가치관을 절대로 유효한 진리라고 믿지 않는다. 그럼 그들은 윤리도덕이 결핍된 괴짜이거나 무법자일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윤리도덕은 세상에 있는 기성의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지성과 경험,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자기 단련을 통해 만들어 진것이다. 창조적인 힘을 가진 사람의 윤리 도덕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의 작품이 시간과 장소를 뛰어 넘어 이해되고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 일반적인 윤리 도덕과 차이가 나는 이 방식이 남다른 재능. 그들의 윤리 도덕 하나나는 기존의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손수 만들었다. 자유인들은 그야말로 가치를 창조해왔다.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 중에서도 스스로 윤리 도덕을 창조한다는 의식없이 자신의 규칙을 형성하면서 독자성이 강한 삶의 방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안이하게 남을 흉내내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인생을 살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등 확실하게 자기 나름의 독자적인 삶의 방식을 취한다. 남의 눈에는 자가가 너무 강하다고 보이나, 실제로 그들은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창조하고 있는 것. 자기 나름의 가치를 창조하려고 하지 않는 대부분 사람은 항상 이미 만들어진 것 가운데서 선택하는 인생을 산다. 정해진 메뉴에서 수단을 선택하는 데 인생을 소비.
예로부터 ‘규율 권력’으로 지배당해오며, 종교, 전통, 신분, 행정 등으로 받아 왔던 억압감. 현대 자유 민주주의 시대에도 학력, 경력, 도덕, 윤리등으로 더 증대. 니체 때는 기독교에서 나온 윤리 도덕이었으나, 현대에서는 자본주의 경제 윤리. 지금 선으로 간주하는 성공이란,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고 남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이 세계에 제대로 뛰어 들어 싸우려면 중무장해야. 모두 해치우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하지만 끝까지 싸워도 남는 것은 허무. 게임에서 치열한 싸움 후 마지막 승리후 느끼는…
‘규율 권력‘(푸코): 사람들이 위(권력자와 정부)로부터 온갖 의미에서 규제를 받으며, 정해진 틀 안에서만 생활하고, 행동해야 하는 상태로 만드는 힘.
– 권력체제는 사회적인 속박을 넘어 사람들의 내면까지 억압. 예, 교과서 검열: 사람들의 지식 성향, 틀, 가치관, 사고 방식 지배.
– 권력체제는 법률과 제도로 위법과 적법의 범위를 정하고, 그 가치관은 시민이 가지는 도덕관념의 모테가 되고, 그 농도가 옅어진 것이 세상의 상식이 되며, 전체적인 시대의 풍조를 만들어 낸다.
니체: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가치관을 최초로 뿌리부터 의심,
– ‘각자가 자기 나름의 가치를 창조하라’. 어떤 가치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 가치에 자신을 끼워 맞추며 살려고 하게 된다.
– “좀 더 위험한 인생을 좀 더 자신의 개성으로 빨갛게 물든 이생을 자신을 가장 생기 넘치게 할 삶의 방식을 취하라” – 자기 나름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면서 항상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라.
– “자신만의 윤리 도덕을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반그리스도 중). 지금의 자신으로부터의 탈출. 일상의 답답함으로부터의 탈출. 왠지 모를 억압감으로부터 탈출
-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지엔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