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우리의 삶이 불행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며, 인간이 평생을 고통받는 이유는 각자의 욕망때문이라고 하였다.
욕망이 가득 찬 인간들이 서로 끊임없이 싸우고 경쟁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은 욕망을 끝없이 추구한다. 하지만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으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하기에 결핍을 느끼고 결국 스스로 고통받게 된다. 아무리 부자여도 부자 위에 또 다른 부자가 있고 계속 비교하면서 상대적인 결핍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모든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좌절과 결핍 때문에 삶이 고통스러워진다. 욕망이 전부 채워지는 시간이 온다고 해도 문제가 생긴다. 인간은 권태를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은 특정한 욕망이 충족되더라도 공허함과 권태로움을 느끼게 되고 자극적인 행동을 찾게 되어 게임이나 도박에 중독되기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고를 때도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게 된다.
인간은 이렇게 결핍과 권태를 오가면서 살아간다. 결국 삶은 어떻게 살아가던 고통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욕망이 충족되면 권태가 찾아오고 다시 부족하게 되면 결핍이 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결핍과 권태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시계의 추와 같다고 표현했다. 인간관계에서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욕망 때문이다.
내가 인간관계에서 겪는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남의 시선을 느끼면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노예와 같다고 표현했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주 고민하는 사람은 남의 평가에 대한 노예다. 노예는 늘 주인의 눈치를 살피고 주인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존재이다. 내가 싫어도 주인이 원하면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들이 욕망과 연결되는 이유는 인정 욕구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한 평생 노력하고 부를 일구는 이유는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권력에 대한 욕망도 결국은 남들 앞에서 더 당당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평가하는 주체가 곧 남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매우 중요해진다. 내가 남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게 될수록 나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해진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자유를 잃는 고통을 겪게 된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던 것처럼 노예가 되기 때문이다. 노예는 자유를 빼앗긴 존재이다. 예를 들어, 수입에 비해 너무 비싼 옷을 입거나 고급차를 타면서 매달 수백만원의 할부금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 월급의 90% 이상이 할부금을 갚는데 사용된다 사실 명품 옷을 구매하면서 내가 좋아서 구매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냥 명품을 입으면 사람들의 찬사와 부러움이 좋아서 비싼 옷을 입는 것이다. 세상에서 내가 우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관점으로 이 상황을 해석해보면 그 사람은 그저 노예에 불과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싶은 욕망 때문에 정작 본인 삶은 점점 가난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돈을 모아서 자산을 쌓고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삶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데만 모든 돈을 탕진하기 때문이다. 한번 인정욕구에 매달리게 되면 계속해서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되면 명품도 유행에 맞게 지속적으로 구매해야 하고 사람들의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현재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결국 재정적으로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게 된다. 남의 시선에 의존해서 살아가면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모두 제 각각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다. 다들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사람들을 평가한다 내가 남들의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면 삶은 정말 피곤해진다. 남의 평가에 신경을 더 쓸수록 내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의 폭이 좁아진다. 그래서 결국 너무 비싸지도 않고 너무 저렴하지 않은 무난한 브랜드의 제품을 고르게 된다. 나는 저렴한 브랜드를 입어도 상관없는데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남의 시선에 집중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에 집중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3가지 자아가 있다고 말했다. 그 세 가지는 참된 자아, 물질적 자아, 사회적 자아이다. 참된 자아는 가장 넓은 의미의 인격으로서 건강과 성격 품성 및 지적 능력을 포함한다. 물질적 자아는 모든 물질적 소유물과 연관되어 있다. 사회적 자아는 남의 눈에 비치는 자아로서 명예 지위 등을 말한다. 참된 자아는 본질적으로 어떤 사람인가를 의미하고, 물질적 자아는 내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 사회적 자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를 의미한다. 물질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는 인정욕구와 연결된다. 내가 많은 것을 소유할수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찬사를 받을수록 나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여긴다. 그래서 현재의 처지와는 상관없이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갖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한다. 사회적 지위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중심 부서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지기가 높을수록 내가 더 중요한 사람인 것 같이 여기게 된다. 하지만 재산과 명예 지위에 대해서는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연봉 1억을 받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팀장까지 지위가 올라갔다면 임원이 되고 싶고 사장이 되어보고 싶다. 요즘은 욕망이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퇴사 후에 연봉을 뛰어넘는 돈을 벌어 보고 싶어한다.
물질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는 멈추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하게 된다. 그렇게 삶은 고통으로 이어진다. 돈을 많이 벌수록 그 돈으로 더 많은 것을 하게 되고 소유하게 되면 욕망에서 권태로움으로 넘어가게 된다. 높은 인기와 재산을 소유한 연예인들이 삶의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마약과 도박의 손을 대서 인생이 망가지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내가 원하는 재산과 명예 지위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하는만큼 재산을 쌓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재산이나 명예 지위에 대한 자아는 언제나 불완전한 상태이며 현재 나에게 주어진 인생에 대해서 쉽게 만족하지도 못한다. 외부에서 파도가 요동치면 같이 휩쓸려 나가기 쉽다. 불완전하고 취약한 자아가 바로 물질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행복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다고 말한다.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사람 눈에 내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참된 자아이다. 참된 자아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나 명예 등을 제외하고 남은 나 자신을 말한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는 감정을 갖고 있다. 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나라는 사람이 모두 참된 자아가 된다. 쇼펜하우어는 참된 자아가 삶의 결정적인 요건이 된다고 말한다. 행복과 불행은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외부에서 일어나는 같은 사건을 각자가 모두 다르게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는 똑같은 환경이라도 전혀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우울한 사람은 재산이 얼마를 갖고 있든지 상관없이 삶은 무조건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삶이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어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무관심한 사람은 삶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본다. 행복한 사람은 부자이건 가난하건 삶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행복해지게 된다. 이렇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주체가 바로 참된 자아이다. 참된 자아는 확실하고 분명해서 일관성이 있다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물질적 자아 사회적 자아는 외부 영향에 따라 쉽게 무너질 수 있지만 참된 자아는 외부 영향에서 자유롭다. <
참된 자아는 몸의 건강과 내면이 얼마나 풍요로운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소용없다. 육체와 정신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의 첫 번째 요소가 건강이라고 말한다. 건강을 증진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신체를 단련할 것을 강조했다. 걸어다니고 산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참된 자아는 결국 내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려 있다. 나라는 존재 안에 행복과 불행이 달려 있고 인생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믿음이다. 믿음이 부족하면 참된 자아로부터 멀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이 생기면 끊임없이 외부에서 무언가를 찾곤 한다. 쇼핑이나 드라마에 집중하거나 여행 등에 집착한다. 그러면서 나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관심은 멀어진다. 외부로부터 벗어나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 진정한 내가 된다. 물질적 자아 사회적 자아보다 참된 자아가 더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부의 영향에서 나의 삶이 더 자유롭게 되고 훨씬 안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고독이라고 말한다. 고독 속에서 참된 자아를 알게 된다. 고독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질 수 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혼자 쓸쓸하게 살아간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고독한 상태는 홀로 쓸쓸하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외로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독에는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살아간다라는 의미가 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고독은 내가 선택해서 혼자가 되는 상태에 가깝다. 예를 들어 혼자 낚시를 가거나 나만의 공간에서 사색을 하고 글을 쓴다. 혼자 여행을 해본다. 고독해지는 선택을 하면서 나의 내면을 관찰하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고독에는 외로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자유로워지고 풍족해진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사교모임보다 고독한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쇼펜하우어는 사교 모임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타협과 양보를 요구하고 각자의 생각들을 서로에게 강요하게 된다. 모임의 인원이 많아질수록 그 집단은 무미건조해지고 각자의 개성은 사라지게 된다. 서로가 비교하고 질투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사교 모임에 뛰어난 사람이 참여하게 된다면 시기와 증오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숨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솔직한 언행들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빈곤할수록 사교모임에 더 집착하게 된다. 공허한 나를 만나는 것보다 밖으로 눈을 돌려 사람들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온전한 나 자신이 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갈구하게 된다.그럴수록 참된 자아보다 사회적 자아가 더 커진다. 삶은 더 불안정하게 된다. 그래서 사교 모임에 더욱 더 집착하게 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많이 형성할수록 나 자신을 마주하고 온전한 내가 되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쇼펜하우어는 거의 모든 사교모임은 고독보다 못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교모임보다 고독한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인생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쇼펜하우어는 관계의 거리를 모닥불에 비유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모닥불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서 불을 쬔다. 몸을 따뜻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반면 어리석은 사람은 모닥불 가까이에 앉아 있다가 손에 화상을 입는다. 그러면서 추위 속에서 모닥불은 위험하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사람들과 거리를 적당하게 유지하는 고독한 삶은 인생을 안정적이고 평온하게 한다. 반면, 사람들과 너무 얽히고 설켜서 스스로를 잃을 정도가 되면 결국에는 커다란 고통만이 남을 뿐이다. 우정과 연애, 결혼이 우리 삶에서 소중한 것은 맞다. 하지만 나 자신보다 소중한 것은 아니다.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고독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던 것처럼 삶은 고통으로 가득한 괴로움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재정적인 걱정 자식이나 배우자에게서 받은 상처들 삶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사건들로 삶은 범벅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내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내 인생이 불행해질 수도 있고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성장 뒤에는 내 삶이 더 성숙해지고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휩쓸리지 않게 나 자신이 참된 자아로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참된 자아로 온전히 살기 위해서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처럼 고독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해 보는 시간들이 고독이다. 그렇게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면 삶은 나에게 고요함과 평온함이라는 선물을 줄 것이다. 인간관계는 다양한 고통을 낳는다. 관계가 깊을수록 헤어짐에 대한 고통이 크다. 나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친절하게 대했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마음의 상처뿐이었다. 가족도 예외는 없다. 오히려 가족이기에 마음의 상처는 더 크게 남는다. 우리가 겪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는 어렸을 적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들이 많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안정감과 소속감을 갈망하지만 인간관계를 형성하다 보면 마음의 고통만 얻게 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걸까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고통에 대하여 그 말에 철학적 관점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고통받는 이유와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를 전해준다.